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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조한별

육군 홍보모델
조한별 하사의 여군일기

국군수도병원 조한별 하사
육군 홍보모델 발탁, 전국 50만 육군에서 인기
4년제 대학 포기, 부사관 전문대 입학

대한민국을 지키는 여군이 1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6월 기준 총 1만263명. 이 가운데 육군 소속이 6915명이다. 

취업난의 시대 여군 부사관은 최고 인기 직업으로 떠올랐다. 국방부는 여자 부사관 경쟁률은 10대 1이라고 밝혔다. 남자 부사관 경쟁률도 2011년 2.6대 1에서 작년 7대 1로 치솟았다. 부사관 시험을 준비하는 사설학원까지 생겼다. 

조한별 하사(24)는 2013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육군 부사관에 합격, 국군수도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육군 홍보모델에 발탁돼 육군의 얼굴과 마스코트 역할도 하고 있다. 병사들의 숙소, 사무실, 공공기관 등에 걸리는 달력 표지와 육군 부사관 채용 모집 포스터에 등장하는 여성 전사가 바로 그녀다. 

조 하사는 “군대는 인생 스펙을 만들어준 최고의 배움 현장”이라고 했다. 조 하사를 만나 생생한 취업기와 생활기를 들었다. 

 
조한별 부사관/조 하사 제공

◇ 4년제 대학 포기하고 전문대로, 재수 끝에 부사관 꿈 이뤄 

-현재 어떤 일을 맡고 있나요?
“국군수도병원 신체검사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역 장병부터 학군단, 장성급 간부에 이르기까지 전군의 신체검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스케줄을 관리합니다. 검사 대상자 가운데 50% 가량이 민간인 신분의 ROTC 장교 지원자들이세요. 하루 250명 정도인데, 신검과에 저를 포함해 간부 4명, 병사4명, 군의관 2명이 일하고 있어서 대단히 바쁩니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오전 8시 30분이 출근 시간인데 8시까지 나갑니다. 퇴근은 오후 5시 30분이고요. 퇴근 후 복싱을 합니다. 관장님이 시합에 나가자고 해서 열심히 준비하다, 입이 안 벌어질 정도로 턱에 부상을 입은 적이 있어요. 지금은 그냥 스트레스 푸는 정도로 합니다.” 

여군 하사 계급장을 단 첫해엔 20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여군 하사 1호봉의 기본 연봉은 10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근무수당 등을 합쳐도 2000만원 남짓이다. 일반 9급 공무원보다 적다. 하지만 숙소 제공 등 혜택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대우는 오히려 좋은 편이다. 조 하사도 한 달 2만원만 내고 수도병원 기숙사에서 산다. "1인1실이고 방에 화장실과 베란다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축은 2000만원가량 했습니다."

 
조 부사관이 커버사진을 장식한 올해 육군 달력 10월호(왼쪽)과 여군부사관 모집공고(오른쪽)/조 부사관 제공

조 하사는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전기기사로 일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원사(상사 윗 계급)로 복무하던 외삼촌에게 군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근무환경이 좋아지고 있고 여군이 앞으로 주목받을 것이란 얘기를 해주셨어요. 휴가 보장, 숙소 제공 이야기도 매력적이었죠."

야외 활동을 좋아했다. 테니스와 태권도(2단)를 즐겼고, 중학교 때 단거리 선수로 활약했다. 100미터를 15초에 돌파했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에 익숙해졌다. 기숙사 장까지 맡았다. 여러모로 군인이 적성에 맞았다고 한다. 

-군인이 되겠다는 결심은 언제 했나요.
“경찰과 군인 가운데 고민하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결정했습니다. 전주대 경찰행정학과에도 합격했는데, 원광 보건대 의무부사관학과를 택했어요.” 

부사관 시험은 까다롭다. 1차 필기전형으로 언어·자료·공간·근현대사 시험을 보고 별도 직무수행능력평가(자격증·전공)도 치른다. 각각 30점 만점. 바늘구멍을 뚫으면 2차 전형에서 체력테스트(팔굽혀펴기, 달리기, 윗몸일으키기)와 면접, 신체검사까지 통과해야 한다. 조 하사는 대학교 2학년 때 한 차례 떨어졌고, 이듬해 재수로 합격했다. 

 
조 부사관 제공

-어떻게 준비했습니까. 
“죽어라 공부했죠. 첫 시험 때 면접까지 갔다가 떨어져 실망이 컸어요. 재수할 때 필기시험 책 2권을 하루 5~6시간씩 공부해 달달 외웠습니다. 수십 번은 본 것 같아요. 가장 어려운 과목이 수학(자료해석 부문)이었는데, 모르는 내용은 공식이라도 다 외웠어요. 체력테스트는 하루 2~3시간씩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를 하며 준비했습니다. 2분 안에 윗몸일으켜기 70개, 팔굽혀펴기 30개 이상을 해야 하거든요. 전북 부안 시내 작은 독서실을 잡아 갇혀 살다시피 하다가, 지치면 잠깐 나와 운동하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다른 준비할 부분도 있었나요
“의무특기로 지원했는데요.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필수였어요.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오랜 기간 학원 실습을 채워야 시험 볼 자격을 얻을 수 있어요. 방학 때 놀지 못하고 실습을 해야 했죠. 여기에 한국사, 한국어, 한자 3급 등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월급이 얼마 안 되는데, 재수까지 할 필요 있냐는 소리 듣지 않았나요. 
“대학 갈 때부터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4년제 대학에 붙었는데 왜 전문대 가느냐구요. ‘차라리 일반 회사에 취직하라’는 말도 들었죠. 하지만 제가 선택한 꿈이고 포기할 수 없었어요.” 

 
사병으로 복무중인 두 남동생과 찍은 사진(왼쪽)과 군복을 입은 그녀 모습/조 부사관 제공

◇ 처음 적응 쉽지 않아시간 지나니 지혜 생기더라 

부사관에 합격하면 18주(훈련소 5주, 육군부사관학교 13주) 교육을 받는다.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다. 각개전투 같은 군사 훈련부터 다양한 이론 교육까지 받으며 수십 차례 시험을 치른다. 오전 6시 기상해 9시 취침이 정식 일과. 그러나 대부분 훈련생이 밤 11~12시까지 공부에 매달린다. 시험 과목 중 3과목에서 과락이 나오면 부사관학교를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조 하사는 100여명의 동기와 교육을 받았다.

-힘들었겠어요. 
“어렵게 합격했는데 막상 훈련을 받으니 무섭다는 생각부터 몰려왔어요. 잘 버틸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 열심히 하는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진짜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훈련받다 변비에 걸리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훈련 강도도 높았습니다."

-수료만 할 정도로 교육을 통과하면 되지 않나요?
"훈련 점수가 계속 따라다닙니다. 장기복무 신청 또는 진급 때 점수가 높을수록 유리하거든요. 저는 중상위 점수 정도를 받았습니다.” 

-훈련 때 ‘다나까’ 말투를 배우나요? 
“그럼요. ‘다나까’를 쓰지 않고 실수로 몇 번 ‘~요’자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팔굽혀펴기 얼차려를 받았습니다. 저절로 말투가 바뀌더라구요. 지금은 마트에서도 “이건 얼맙니까?“란 말투가 튀어나올 정도입니다.” 

첫 보직은 국군춘천병원 건강증진센터. 일이 몰려 힘들었다. “처음이라 일을 배워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심체검사 스케줄 관리를 맡았습니다. 서툴러서 야근을 밥 먹듯이 했죠. 밤 11시, 12시 퇴근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신참인 만큼 군 기강에 익숙해져야 하는 과제도 있었습니다. 실수해 혼날 때는 ‘이러려고 왔나’란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했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고 스스로 다잡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시절을 버티면서 많이 강인해졌습니다.” 이듬해인 2014년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겼다.

 
 
신체검사를 기다리는 군인, 또는 군인 지원자(왼쪽)와 조 부사관 모습/조 부사관 제공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뭔가요? 
“기본적으로 상명하복 사회이지만, 계급이 아무리 높아도 규정대로 해야 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한 번은 한 부대의 높으신 분이 연락 와 “내일 당장 부하들이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니 데려 가겠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죄송하지만 거절했습니다. 이미 3~4주 치 신체검사 일정이 나와 있었습니다. 원칙을 관철시켜 뿌듯했습니다."

-업무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순간은요? 
"신체급수 산정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1~8급이 있는데, 급수가 낮으면 부사관·장교시험 응시나 진급에 차질이 생깁니다. 당사자 부모님이 전화해 “우리 아들 신체급수가 왜 이렇게 낮나”고 따질 때도 있습니다. 규정상 알려 드릴 수 없다고 하면 심한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취업과 급여 문제가 달려 있으니 이해하지만 속상하기도 합니다."

조 하사는 작년 육군 홍보모델로 선정됐다. 바쁜 시간을 쪼개 홍보 사진 촬영 등을 한다.

-육군 홍보모델은 어떻게 됐나요. 
”내부 공모가 있었습니다. 조마조마하며 지원했는데 덜컥 뽑혔습니다. 엉겁결에 육군 달력과 부사관 모집 포스터에 나오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반응이 어떻던가요.
“달력이 전국 육군에 뿌려진 후 여러 부대에서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여군이 될 수 있는지 여학생 문의도 많았습니다."

-외모가 연예인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사실 '군인 맞아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럴 때면 ‘짬밥 좀 먹은 하사입니다’고 말씀드립니다. 연예 방면에 재능이 없습니다. 무대체질도 아닙니다.”

 
그녀는 복싱과 태권도를 즐긴다/조 부사관 제공

◇ 공무하려고 군인한다? 지원하지 말라 

-부사관이나 ROTC에 도전하는 젊은이 중에 고학력자가 많아졌습니다. 
”제가 일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요즘은 SKY 중에도 ROTC 지원자가 계속 늘고 있어요. 놀랍죠. 그런데 신체검사자들에게 '왜 지원합니까'라고 물으면 '안정적이니까요' '공무원이니까요'란 답변이 가장 많아요. 그런 말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생각으로 들어오면 오래 못버팁니다. 동기 중에도 힘들어 중간에 그만둔 경우가 많습니다. 사명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정말 좋은 직업입니다. 더 많은 젊은 여성이 여군에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에선 절대 얻을 수 없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여군을 하며 얻은 것 중 가장 소중한 게 뭔가요? 
“깡다구요. 상사로부터 욕을 한 바가지 들어도 한 귀로 흘릴 수 있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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